-한상진 대선평가위원장 한상진 민주통합당 대선평가위원장(서울대 명예교수)이 7일 서울 영등포 민주당사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한상진 민주통합당 대선평가위원장(68)은 7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당 안팎의 갈등을 종식시키기 위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철학인 소통과 통합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또 민주당이 대선 당시 안철수 전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생긴 불신의 원인을 반성하고 먼저 잘못을 시인하면 양측의 화합을 위해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해 4·11 총선 당시 ‘이명박 정부 심판론 이상의 비전 제시에 실패했다’는 내용이 담긴 민주정책연구원 보고서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발표가 중단됐다”고 공개했다. 새 지도부를 뽑는 5·4 전당대회에서 모바일 투표를 실시하는 문제는 “계파 간 불신이 심각한 상황에서 이번 전대에서는 피하는 게 좋겠다”고 피력했다.
▶ 당 안팎에 분열이 편재해 있다. 어디서 해법을 찾아야 하나.
“1988년 4·26 총선 이후 당시 평민당 총재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요청을 받고 임시 전당대회에서 기조발제를 한 기억이 난다. 이때 김 전 대통령의 가장 중심적인 철학은 소통과 통합이었다. 일생을 소수파로 살아오셨기 때문에 두 가지 가치가 몸에 밴 분이었다. 그게 바로 민주당 정신이다. 또 정치는 지지집단의 다양한 의견을 모아서 접점을 찾는 것이다. 선명성만 추구하는 운동과 다르다. 특히 당내 주류세력이 정치와 운동을 혼동하다 보니 계파 패권주의가 나타난 것이다.”
▶ 계파갈등에서 비주류의 책임은 없다고 보는가.
“비주류의 책임도 상당하다. 당 주요 인사들을 상대로 한 설문 결과 과반의 응답자가 비주류 측이 너무 협력하지 않아 대선에서 패배했다고 평가했다. 힘의 우위는 다르지만 비주류도 대선 패배의 주요 원인으로 거론되는 계파갈등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 총선 패배 원인을 진단한 보고서가 대선 전에 회람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민주정책연구원에서 좋은 보고서를 냈다. 당시는 문성근 대표대행 체제였다. 어떤 이유에선지 모르겠지만 당 지도부는 좀 더 보완해서 발표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면서 보완의 주체가 누구인지, 어떤 점이 보완돼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이후 발표가 흐지부지됐다.”
▶ 문성근 전 대표대행의 입장은 무엇인가.
“문 전 대표대행은 ‘나는 보고서를 보완해서 공개하라고 했다. 뒤이어 온 지도부가 하지 않은 일까지 책임질 수 없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내 결론은 (문 전 대표대행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당에 해를 끼쳤는데 ‘그럴 의도가 없었다’는 식으로 발뺌하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 모바일 투표의 존폐를 놓고 당내 의견이 분분하다.
“지금까지 대선평가위에서 검토해본 결과 뜻밖의 부작용이 많았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다만 당내 계파 간 불신이 심각한 상황이기 대문에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모바일 투표 실시를) 피하는 게 좋다고 본다.”
▶ 민주당 과반이 안철수 전 후보의 입당에 긍정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스스로 당의 한계를 잘 알고 있다. ‘안철수 현상’에 출구가 있다고 보는 측면도 있다. 그렇다면 상호 불신이 격화되는 방향으로 가지 않고 좀 더 통합적인 모델을 만들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과거 단일화 과정 등에서 당의 잘못이 있었다면 깔끔하게 인정해야 한다. 여건이 조성되면 내가 안 전 후보와 당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 당내에서는 대선평가위의 평가가 다소 중립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내가 안 전 후보 캠프에서 국정자문단 일원으로 있었으니 ‘안철수의 시각’에서 대선을 평가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렇게 편가르기식으로 해석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나는 정치를 한 적도 없고 할 생각도 없다. 민주당의 뿌리에 방점을 찍고 학자적 관점에서 과거의 일을 분석하고 있다.”
▶ 향후 남은 평가의 핵심은 뭔가.
“근본적으로 정치적 동지이기 때문에 단일화를 한 것이다. 적과는 못한다. 그런 파트너십의 기초는 신뢰다. 그런데 뒤에 보면 신뢰가 완전히 파괴됐다. 왜 이토록 심각하게 신뢰가 파괴됐는지 찾는 게 남은 평가 작업의 핵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