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뒤에서 뚱딴지같이 안철수 폄하하는 건 진짜 문제다 문재인, 캠프 운영 폐쇄적… 친노에 밀려 黨이 제구실 못해 대선 이끈 후보·지도부 워크숍 불참… 진솔한 고백 필요해"
민주통합당 대선평가위원장인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3일 "민주당이 대선에서 졌는데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에게 공동 책임이 있다는 발언이 (민주당에서) 나오는 것은 타당성 없는 얘기"라고 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등 민주당 일부에서 '안철수 공동책임론'이 제기되는 데 대해 "안 전 교수의 지지자들이 이해하기 힘들고 옳지도 않으며 (일의) 순서도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위원장은 또 "책임은 문재인 전 후보에게 있다고 (대선평가위원회가) 결론을 낼 수도 있지만, 조직이 제대로 되려면 (문 전 후보가) 과오를 스스로 성찰해서 밝혀야 상처를 치유하고 서로 손잡고 갈 수 있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 대선에서 안 전 교수 캠프의 국정자문단에서 활동했었다. 대선 이후 문희상 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민주당 대선평가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지난 1~2일 충남 보령에서 열린 민주당 워크숍에서 "민주당이 대선에 졌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죽어빠진 조직이 되고 있다"고 질타했었다. 그는 민주당과 문 전 후보, 안 전 교수 측을 상대로 대선 평가작업을 실시한 뒤 3월 말쯤 대선 평가 보고서를 내겠다고 했다.
▶ 문재인 전 후보에게 어떤 과오를 어떻게 고백하라는 것인가.
"문 전 후보는 대선 캠프에 외부 인사를 수용했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캠프 운영이 폐쇄적이었다. 이견이 있을 때 (친노) 측근들이 '이게 후보의 뜻입니다'라고 하면 다른 주장을 못했다. 당이 전혀 제 구실을 못했다. 당에 굉장한 상처를 줬다는 것을 문 전 후보가 얼마나 아느냐. 문 전 후보가 이를 인정하고 과오를 고백해야 당내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다."
▶ 문 전 후보가 대선에서 의원직 사퇴하고, 친노 인사들의 임명직 포기 선언이 있었어야 했다는 얘기인가.
"당시 한결같은 요구가 문 전 후보에게 기득권을 내려달라는 것이었다. 국민은 문 전 후보가 승리했을 때 친노 측근 인사들이 전면에 나서서 설치지 않을까 불안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 안 전 교수를 향해 민주당이 과오를 고백해야 한다고 했는데.
"안 전 교수가 후보직에서 사퇴했을 때 문 전 후보는 '안철수의 눈물을 가슴 깊이 새기겠다'고 했지만 뭘 했는지 모르겠다. 안 전 교수에게는 많은 상처와 실망·환멸이 있었다. 두 후보가 협력하려면 그것을 치유하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별로 없었다."
▶ 만일 안 전 교수가 단일 후보가 됐다면 대선에서 이겼을 것이라고 보나.
"100% 이긴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안 전 교수가 됐으면 여야 경쟁구도가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과거 대 미래의 싸움이 되고, 중도 세력이 올 수 있었다. 그 기회를 놓친 것이다."
▶ 안 전 후보는 이념 성향상 민주당과 안 맞는 사람 아닌가.
"성향상 민주당과 합치기 어렵다는 말은 너무 앞서나간 것이다. 처음부터 불가능했다면 단일화할 필요도 없었다. 다만 안 전 후보는 진정성 있게 생각했는데 민주당은 자기 후보가 나와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훨씬 셌다."
▶ 민주정책연구원이나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안 전 교수를 정치적 아웃사이더라고 했다.
"상대를 폄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뒤에서 뚱딴지같이 '안철수의 정책과 리더십은 별로 볼 것이 없다'는 말을 하는 것은 진짜 문제다. 이런 일이 우발적인지, 기획된 것인지는 모르나 유쾌하지도 유익하지도 않다."
▶ 안 전 교수가 민주당에 입당하거나 연대할 수 있나.
"길이 꽉 막힌 것은 아니지만 활짝 열린 길도 아니다. 민주당이 어떻게 지난 과오를 솔직하게 고백하고 어떻게 새로운 정당으로 태어나느냐에 따라 다르다."
▶ 민주당 워크숍을 보면서 느낀 점은.
"지난 대선을 실질적으로 이끈 대선 후보나 당 지도부들이 오지 않아 아쉽다. 이들이 많은 사람 앞에서 대선 패배에 대해 진솔하게 얘기했어야 했다."
▶ 안 전 교수가 신당 만들고 재·보선과 지방선거에 나올까.
"신당 창당설은 그냥 관측이다. 안 전 교수는 대선에서 여러 번 큰 실수를 했는데 철저하게 자기 성찰을 하고 있을 것이다. 신당 창당 여부는 국내 정치 및 민주당 상황 등을 봐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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