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대선평가위원장으로 위촉된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

민주통합당 대선평가위원회 위원장에 위촉된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아름다운 단일화’가 실패하는 원인에 대한 규명을 제쳐놓고 대선을 평가하기 어렵다”며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과정을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상진 명예교수는 18일 오후 <폴리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그것에 대한 명확한 규명이 민주당의 미래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 규명은 더 나아가 향후 민주당과 안철수 교수와의 관계 전망에도 관련돼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상진 교수는 “가능할 수도 있었던 대선 승리를 어렵게 만든 요인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찾아 검증하고, 그것과 관련된 문제를 개혁, 쇄신하는 것이 (대선평가위의)현안 과제”라고 밝혔다. 단일화 과정에 대한 평가도 이 같은 현안 과제에 포함되는 셈이다. 

한상진 교수는 ‘친노 책임론’에 대한 평가 여부 대해선 “궁극적으로 잘못된 판단, 과오, 단견, 욕심이 있다면 그런 부분을 밝힐 것”이라며 “그러면 누가 책임져야 되는지도 당연히 나올 것이다. (그 책임이)친노냐, 아니냐는 것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 교수는 “‘친노냐, 아니냐’는 것으로 접근하면 당 안에 다양한 계파도 있어, 정치 싸움에 휘말릴 수 있다”며 애초부터 ‘친노’를 겨냥한 대선 평가엔 선을 그었다.

한 교수는 “문재인 후보의 정치적인 리더십,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 당에 대한 지지 등 여러 가지로 객관적인 검증이 가능한 문제가 있다”며 ‘후보 책임론’도 평가할 입장임을 내비쳤다.

안철수 진심캠프 국정자문단으로 참여했던 한 교수는 작년 11월19일 기자회견에서 “(문 후보가) 이길 수는 있으나 난관이 예상되고, 이긴다 해도 국정운영에 여러 가지 장애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문제 의식이 지금도 유효한지 묻자, 한 교수는 “전반적인 상황에 대한 나의 진단”이었다며 “그 발언이 문재인 후보 책임으로 (곧바로)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대선평가위를 맡게 된 배경에 대해선 “작고하신 김대중 대통령과 오랫동안 가까운 사이였고, 1998년부터 자문 역할을 해왔다”며 “민주당은 긴 역사가 있다. 정당이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지난 17일 한 교수에게 연락해  ‘작고하신 김대중 대통령께서 어렵게 창당한 민주당인데 큰 난관에 부닥쳤다’며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대선평가위 논의 결과가 얼마나 수용될지 여부에 대해선 “설득력 있는 진단과 처방이 나오면 기득권이라는 이름으로 거부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라고 전망했다.

한편, 민주당 비대위는 18일 오전 대선평가위원장에 한 교수, 정치혁신위원장에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를 각각 임명했다. 민주당은 두 위원회에 내·외부 인사를 포함해 9~10명씩 위원들을 구성할 예정이며, 위원회는 내주부터 회의를 열 예정이다.   

▶ 대선평가위원장으로서 어떤 점을 주력해서 평가할 것인가.

- 대선평가위원회는 비대위에 속한 기구가 아닌 독립적인 위원회다. 나도 (비대위원으로)비대위에 참여하지 않는다. 대선평가위는 객관성, 공정성이 생명이고, 비대위는 정치성이 강한 곳이기 때문이다. 가능할 수도 있었던 대선 승리를 어렵게 만든 요인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찾아 검증하고, 그것과 관련된 문제를 개혁, 쇄신하는 것이 현안 과제다. (구체적인)안건은 위원회가 구성되면 논의할 것이다.
 

▶ 대선 평가와 관련돼 제기되는 ‘친노 책임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친노 책임을 설정해서 접근하는 입장을 택하는 것보다는 전략적인 관계, 오만, 어떤 판단이 잘못됐는지를 규명하고, 거기에 관여된 사람을 밝히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 것을 떠나 ‘친노냐, 아니냐’는 것으로 접근하면 당 안에 다양한 계파도 있어, 정치 싸움에 휘말릴 수 있다. 그런 식의 접근을 처음부터 기정 사실화하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 규명에 도움이 안 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잘못된 판단, 과오, 단견, 욕심이 있다면 그런 부분을 밝힐 것이다. 그러면 누가 책임져야 되는지도 당연히 나올 것이다. (그 책임이)친노냐, 아니냐는 것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 지난 대선에서 “(문 후보가) 이길 수는 있으나 난관이 예상되고, 이긴다 해도 국정운영에 여러 가지 장애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를 밝힌 적 있다. 지금도 그런 문제 의식이 여전한가.(한상진 교수는 작년 11월19일 전북도의회에서 열린 안철수 진심캠프 국정자문단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발언과 함께 ‘안철수 지지’ 의사를 밝혔다.)

- 당시 발언은 그 당시 내가 보았던 상황을 얘기한 것이다. 그리고 내가 대체로 본 상황대로 정치가 흘러갔다. 그렇다고 그 발언이 문재인 후보 책임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전반적인 상황에 대한 나의 진단이었다. 문재인 후보가 꼭 (대선에)실패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패할 가능성이 높고, 승리로 이끌기 위한 방안을 제시한 나의 진단이었다. 당시 이 진단을 민주당쪽에 전달했지만 이런 것들이 잘 수용 안 됐다. 

▶ 그렇다면 대선평가위에서 문재인 후보 관련 얘기도 검증하나?

- 여러 차원이 있다고 본다. 문재인 후보의 정치적인 리더십,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 당에 대한 지지 등 여러 가지로 객관적인 검증이 가능한 문제가 있다. 그런 것들도 평가 과정에서 검증해야 한다. 

▶ ‘아름다운 단일화’가 실패한 이유에 대해서도 살펴보나?

- 그 문제도 평가위원들과 합의할 것이다. 이른바 ‘아름다운 단일화’가 실패하는 원인에 대한 규명을 제쳐놓고 대선을 평가하기 어렵다. 그것에 대한 명확한 규명이 민주당의 미래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 규명은 더 나아가 향후 민주당과 안철수 교수와의 관계 전망에도 관련돼 있다. (이 문제를)회피하지 못할 것이고 회피할 이유도 없다.

▶ 개인적으로 볼 때 ‘아름다운 단일화’ 실패 이유를 뭐라고 보나.

- 제 의견을 얘기하기에는 빠른 시점이다. 위원장은 위원회를 잘 추스리고 통합하고 길을 여는 역할을 맡고 있다. 위원장 자신이 아젠더를 미리 선점하고 가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그런 아젠더도 포함됩니까’라고 묻는다면 나도 그렇고, 위원회에 참석할 분들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 문희상 비대위원장으로부터 제안을 받고 위원장직을 수락했다고 들었다. 수락 이유는?

- 문희상 위원장으로부터 어제 연락을 받았다. 저한테 전화해서 ‘작고하신 김대중 대통령께서 어렵게 창당한 민주당인데 큰 난관에 부닥쳤다. 팔 걷고 나서서 봉사하는 기회로 생각하고 도와달라’고 얘기했다. 나는 작고하신 김대중 대통령과 오랫동안 가까운 사이였고, 1998년부터 자문 역할을 해왔다. 민주당은 긴 역사가 있다. 정당이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공정한 평가와 국민들이 납득하고 지지자들이 수용하는 평가 결과와 분석이 나와야 향후 진로를 모색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수용을 했다.

▶ 대선평가위가 대선 평가를 제대로 하더라도, 민주당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우려도 있지 않나?

- 그건 제 능력을 넘어서는 것이다.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민주당도 출구를 찾아야 한다. 어떤 정파나 어떤 이념의 틀 아래서 평가가 이뤄진다면 많은 실망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념의 굴레에서 벗어나 누구나 다 인정하고 검증이 된 사실에 입각해 국민적 여론을 청취하고 측정된 모델에 의해 이야기를 할 때는 그것이 갖는 설득력은 커질 것이다. 민주당이 이렇게 가는 것을 누구도 원치 않고 민주당도 원치 않는다. 설득력 있는 진단과 처방이 나오면 기득권이라는 이름으로 거부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