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신당 창당이 선언됐다. 유권자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그 의미는 무엇일까? 나는 현 국면을 새로운 전환기의 시작으로 보고 싶다. 출발점은 적대적 공존의 양당 체제를 상수로 보느냐 변수로 보느냐의 선택이다. 상수로 보면 신당은 야권분열로 보인다. 대부분의 언론은 이 입장을 택한다. 반대로 변수로 보면 신당은 양당 체제에 대한 도전이다. 나는 후자의 입장에 서있다. 그리고 이 도전이 어느 때보다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주된 이유는 네 가지다. 첫째, 유권자 의식이 바뀌고 있다. 현재의 양당 체제는 1987년 민주화 타협의 산물이다. 그런데 이 체제의 역기능이 심각하다. 제일 고약한 것은 국민분열이다. 국민대중의 삶은 갈수록 피폐하고 고통과 불안에 휩싸여 있는데 여야 정당은 민생문제는 아랑곳하지 않고 정권 획득에 눈이 멀어 이념 대결로 허송세월을 한다. 집권당은 낡은 보수가 장악하고 제1야당은 낡은 진보가 장악하여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이에 환멸을 느낀 방대한 유권자가 중간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드디어 의식의 탈바꿈, 다시 말해 양당의 지역적 대표성과 경쟁의 틀로 유권자 의식을 결박시켰던 그 족쇄로부터 벗어나 자유인이 되려는 욕구가 먼저 호남에서 분출되기 시작했다. 나는 이것을 새로운 전환기의 시작으로 해석한다.
둘째, 새로운 전환을 이끄는 의식의 탈바꿈은 유권자의 기득권 내려놓기를 수반한다. 오늘날 누가 손해를 보려 하는가? 누구나 악착스럽게 자기 몫을 챙긴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호남 유권자에게 민주당은 자신의 분신과 같은 것이다. 묻지마 투표는 기득권 사수의 방법이다. 그런데 이제는 제1야당이 무너지더라도 신당을 지지하여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가치판단의 돌연변이가 퍼지고 있다. 이 판단에는 손해를 감수하겠다는 윤리의식이 있기 때문에 전국 곳곳에 공감 바이러스를 확산시킬 수 있다.
셋째, 새로운 전환을 위해서는 두 개의 힘이 잘 결합해야 한다. 하나는 유권자를 밀어내는 힘, 즉 환멸과 분노 같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유권자를 끌어당기는 힘, 즉 새로운 미래에 대한 꿈과 열망이다. 2012년의 ‘안철수 현상’을 보자. 밀어내는 힘은 강했다. 대중은 탈출을 원했다. 그러나 정치인 안철수의 끌어당기는 힘은 턱없이 부족했다. 그는 철수했거나 포기했다. 결국 새정치는 실패했다. 그런데 3년이 지나 그는 ‘강철수’가 되어 돌아왔다. 그의 미래는 아직도 불확실하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안철수가 3년간 많은 경험을 했다는 것이다. 상당히 단단해졌다.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의도 강하다. 좋은 기획과 구상도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정치현실은 3년 전보다 더 악화됐다. 이렇게 볼 때, 이번에는 과거와는 달리 밀어내는 힘과 끌어당기는 힘이 막강하게 연동되어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넷째, 새로운 전환기에 유권자가 원하는 국회의원은 기득권에 얽매인 기성 정치인이 아니다. 학벌, 가문, 경력이 화려한 금수저 출신이 아니다. 서민대중의 고달픈 삶의 문제를 푸는 현장밀착형 전문가, 국민과 따뜻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소통과 봉사의 일꾼들이다. 이런 일꾼들이 우리 사회 도처에 많다고 확신한다. 다만 참여의 길이 봉쇄되어 있을 뿐이다. 이들을 새정치의 깃발 아래 제대로 발굴하여 21세기형 지도자로 추천한다면 총선에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면 새로운 전환과 반대되는 관점을 보겠다. 가장 큰 쟁점은 야권분열이다. “뭉쳐 싸워도 여당을 이기기 힘든데 헤어지면 공멸이다!”, “잘못하면 일본 자민당 같은 체제가 나올지도 모른다”. 사실 이런 위험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모험 없이 새로운 미래를 열 수도 없다. 갈수록 국민대중으로부터 멀어지는 제1야당의 한계를 넘어설 길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우리의 딜레마가 있다.
해법은 현실을 정확히 보는 것이다. 양당 체제는 잘하면 국가발전의 기관차 역할을 한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너무 다르다. 여야는 양쪽 끝에서 대치하는 조직화된 세력을 동원하면서 싸운다. 선거 때가 오면 중심을 포섭하는 척하지만 잠시일 뿐이다. 이 때문에 중심이 텅 비어 있다. 상식을 갖춘 침묵하는 다수가 설 땅이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명료한 중심화의 이론과 전략으로 침묵하는 다수를 대변하는 신당의 출현은 야권분열과는 다른 차원의 혁신이자 실험의 의미를 갖는다. 그 효과가 양쪽으로 파고들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는 이미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새로운 전환은 2012년 ‘안철수 현상’으로 시작했다. 전환의 정치적 의미는 국민분열에 앞장서는 양당 체제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이 전환은 내년 총선으로 검증이 완료되는 것이 아니다. 대선을 향해 더 본격화될 것이다. 사실 거대한 노후 정당은 혁신을 수용하기가 어렵다. 인위적 인적 청산으로 혁신 시늉을 할 뿐이다. 그 약효는 이미 현저히 떨어졌다. 혁신은 정당 관료제의 몸통으로 전진할 것이다. 리더십 구성, 책임 윤리, 정당의 토론문화, 조직원리, 정강·정책 등에서 낡은 체질로 꽉 찬 양대 정당보다 신당은 혁신의 실질적 의미를 분명하게 보여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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