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평가위원장을 지낸 한상진(사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3일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해 "현재 당은 파국상황이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새정치연합이 4ㆍ29 재보궐선거에서 완패한 원인으로 "과거의 실패를 성찰하고 이를 고치려는 책임윤리가 당에 고갈된 것이 핵심문제"라고 꼬집었다.
베이징대 초빙교수 자격으로 유럽연합 연구를 위해 프랑스에 체류중인 한 교수는 이날 전남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다음은 한 교수와의 일문일답.
-새정치연합의 패배 원인은 무엇인가.
△세 가지 명제가 있는 것 같다. 현재는 당의 '파국상황'이고 그 결과는 '자업자득', 해결은 '결자해지'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대표 이외에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현재의 파국상황을 쉬쉬하고 넘어가려 한다면 당은 다소 통제가 가능할지 모르지만 국민은 물론 지지집단으로부터 더 외면당할 것이다. 정권교체의 길은 사라지고 문 대표의 리더십도 추락한다고 본다.
-어떻게 이 상황을 풀어야 하나.
△문재인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을 지는 것이 항상 사퇴하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이 (정치)문화는 사실 잘못된 것이다. 문 대표 스스로가 "내가 부족했다"고 한 부분을 소상히 소명하고 과오의 진솔한 고백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제약 없는 당 내부 토론을 시작해야 한다. 문 대표의 진솔한 고백 또는 성찰이 의미 있고 제안한 탈바꿈의 길이 설득력이 있다면, 그리고 그것을 문 대표의 리더십으로 판단하고 내부 공감대가 있다면 문 대표 체제는 탈바꿈 성취를 위해 계속될 수 있다. 그 길을 막을 필요는 없다.
이는 선거 결과(참패)에 따른 즉각적인 사퇴로 인한 당내 혼란보다는 현 상황에 대한 수습 과정을 지켜보면서 문 대표의 '리더십'을 다시 한 번 제대로 평가하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교수는 당내 경선에서 문 대표가 당선된 직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허물을 과감하게 고백하면서 미래를 위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반대의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하나.
△반대로 그의 과오 진단과 당 체질 탈바꿈 제안이 함량미달이거나 문 대표 리더십으로는 성취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당내 자유토론과 유권자들의 의견을 들어 문 대표가 물러나는 것이 당이나 본인을 위해서도 옳다고 본ㄷ다. 이 과제는 당체질을 탈바꿈하는 것이지 밖을 향한 투쟁의 선명성을 향한 것은 아니다.
현재 필요한 것은 반복되는 과오를 극복하는 구체적인 책임 윤리의 실천이다. 다시 말해 치열한 반성 없이 공허한 미래의 약속으로 책임을 지겠다고 한다면 이것은 일종의 속임수에 불과한 것이다.
-당 자체의 문제는 없는가.
△당 지도부의 오랜 악폐는 당이 실패했을 때 실패의 원인을 밖에서 찾는 것이다. 문재인 대표의 치명적인 한계도 여기서 나온다. 이 오랜 악폐를 이번의 엄청난 충격 속에 청산하지 않으면 당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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