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4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창당준비위원회 중앙위원장이 신당 창당을 전격 선언했다. 신당 창당 배경으로 내세운 지방선거 기초공천 폐지에 대해서 바람직한 변화라는 찬성 입장도 있는 반면, 정당정치제를 부정하는 움직임이란 비판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새 정치를 선언하고 민주당과 통합한 안 위원장의 선택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 비판 /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민주당과 통합은 국민기만 `새 정치` 플랜도 감흥 없어 안철수 의원 측이 민주당과 통합을 선언했지만, 애당초 나는 이런 정당의 출현이 정치권에 충격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지금의 야권 세력은 대략 5번 정도 합당과 분당을 거듭했으니, 유권자들은 그냥 그러려니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새 정치라는 것도 솔직히 시큰둥할 수밖에 없다. 새 정치라는 구호는 1972년 대선 당시 후보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 시작해서 박찬종 변호사에 이르기까지 정말 오랫동안 정치권에서 회자됐지만 별로 바뀐 게 없다. 그래서 안철수 의원 측의 새 정치가 뭔가 새로운 것을 담거나 아니면 구체적인 실행방법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주목받기 힘든 게 현실이다. 그런데 새 정치 플랜이라는 걸 보면 기존의 정치개혁 방안을 나열한 것에 불과하고 `어떻게`는 빠져 있으니 이 역시 감흥을 주기 힘들다. 그리고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약속을 지킨 것을 두고 대단한 성과처럼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 역시 이해하기 힘들다. 기초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은 매우 낮아 정당을 보고 투표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정당정치 측면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물론 공천과정에 문제점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는 공천과정을 개혁해서 바로잡을 문제지 정당공천 안 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만일 공천에 문제가 있다면, 총선에서도 정당공천을 하면 안 되고 광역단체장들도 무소속으로 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물론 약속을 했으니 지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올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엔 끝까지 간다"고 윤여준 전 장관에게 수차례 약속한 안철수 의원은 왜 말과 행동을 바꿨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분명 공적(公的) 차원의 약속인데, 자신의 약속 파기는 괜찮고 다른 이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논리는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신당 창당에 대한 컨벤션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컨벤션 효과가 3주 정도 간다고 했을 때, 그 이후의 시너지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최소한 지금까지는 충격과 감동이 거의 없다는 것이 개인적 의견이다.
■ 지지 /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 거대여당 공략위한 승부수…야권의 선거기대감도 상승 민주당과 안철수 진영의 결합은 2012년 18대 대선 때 야권의 절박한 요구였다. 그러나 양측의 착오로 소멸한 후, 최근 급격히 수면 위로 부상했다. 야권의 선거 기대가 상승하고 있다. 튼튼한 반석 위에 새 정당을 세우는 길을 살피겠다. 첫째, 국민의 마음을 얻으려면 지금이라도 대선 패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이 요구된다. 그 책임의 80%는 민주당에 있고 나머지는 안철수 진영에 있다. 건곤일척의 비장한 각오로 민주당이 승기를 잡으려면, 문재인 전 후보가 김한길-안철수의 결합을 온몸으로 환영하면서 정계를 떠나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 둘째, 문 의원이 살신성인의 자세로 정치적 자산을 비축할 인물이 아니라면 `윤여준 농담`과는 다른 차원의 진통이 터질 것이다. 이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정면승부로 새 정당의 정체성을 세워야 한다. 셋째, 새로운 피는 `안철수 현상`에 있다. 새 정당의 모세관에 이 피가 흐르도록 이들을 호명하는 상징 장치가 요구된다. 행동하는 양심처럼 `민생 파수꾼`과 같은 풀뿌리 행동 매뉴얼을 만들자. 이들 파수꾼이 민생 현장에서 수행하는 시민의 위험 감시와 안전 도모 활동을 새 정당에 연결하는 최첨단 소통망을 발전시키자. 넷째, `적대적 공존관계`를 혁파하는 새 정치의 비전을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박정희 시대의 산업화, 김대중 시대의 민주화라는 업적에도 불구하고 왜 국민의 삶은 이토록 어려워지고 있는가에 대한 뼈를 깎는 정치의 반성이 요구된다. 열린 국정철학과 함께 새로운 출발을 위한 역사적 화해가 요구된다. 다섯째, 새 정치의 주역은 근대화 과정을 따라 성장한 양식을 갖춘 시민, 전문가, 풀뿌리 집단들이다. 이들이 새 정치의 주체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고급 두뇌 탱크를 가동시켜 시대정신을 공개 토론하라. 마지막으로 박근혜 시대를 떠받드는 낡은 국가권위주의에 맞서 시민의 뜻을 존중하는 민생정치를 확립해야 한다. 이 흐름을 포착해 정책에 반영하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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