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신당 33.3%, 새누리당 24.4%, 민주당 6.0%, 통합진보당·정의당 등 기타 정당 2.7%.
2일 한상진사회연구소는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설문조사 결과 분석을 통해 이 같은 정당 지지율을 밝혔다. 안철수 신당이 민주당뿐만 아니라 새누리당까지 앞선 지지율을 보인 것은 이례적인 결과다. (관련 기사<[한상진-한국리서치] 안철수신당 33.3% 1위…새누리 24.4%, 민주 6%>)
이 같은 조사 결과는 믿을 수 있는 것일까. 안철수 신당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의 분석 결과인 점, 안철수 신당을 기존 정당과 동일선상에서 묻지 않고 두 차례 질문을 통해 지지율을 파악한 점, 무당파 비율(33.6%)이 안철수 신당 지지율보다 높은 점 등을 고려해 봐야 한다.
또 안철수 신당이 창당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론조사 기관마다 다른 설문 방식으로 조사돼 들쑥날쑥 하는 신당 지지율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의문이 있는 것도 현실이다.
그럼에도 한상진사회연구소의 이번 조사 결과가 주목되는 이유는 다른 포인트에 있다. 첫째, 여당의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율’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투표한 유권자의 47.5%가 안철수 신당이나 무당파로 이동했고, 안철수 신당 창당 시 새누리당 지지자의 13.5%가 신당쪽으로 움직였다.
신뢰도, 책임도 등 8개 항목에 대한 국민 평가 조사에서 새누리당은 36.1점, 민주당은 33.3점에 불과했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새누리당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도 큰 상황이라는 점이다. 이 부분은 안철수 신당이 창당될 경우 ‘새누리당의 텃밭’인 영남권을 흔들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둘째, 안철수 신당 지지층이 ‘거품’이 아니라 응집력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안철수 신당에 대한 지지 원인은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으로 인한 ‘반사 이익’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반사이익’ 이외에도 안철수에 대한 ‘정치적 끌림’ 요인이 큰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안철수 신당 지지층들이 비전, 가치관, 이념, 변화의 열망, 꿈 등의 ‘끌림 요인’을 공유하며 새누리당, 민주당보다 강한 응집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지지율 거품’, ‘기웃세력’이라는 지적과는 상반된 조사 결과다.
이 같은 이례적인 조사 결과와 향후 정국 전망에 대해 한상진 교수는 2일 <폴리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정치의) 지각변동은 이미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한 교수는 “과거 6월항쟁,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와 같은 ‘풀뿌리 중류층’ 성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안철수 현상을 이끌고 있다”며 “안철수 신당이 부산, 경남지역 등 영남권을 흔들 잠재력이 있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지방선거 야권연대에 대해 “(당과 당 사이의 연대가 아니라) 새정치라는 패키지를 가지고 지역, 후보 수준에서의 연대, 협력”이 필요하다며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안으로부터 붕괴시키고,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기둥을 하나씩 뽑고 같이 결합시키는 과단성이 필요하다”면서 ‘새로운 협력 모델’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한 교수는 “안철수 신당이 호남을 향해 민주당과 자리 싸움하는 것으로 보여지는 것은 패착이자 실패”라며 “정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면 결국 새누리당을 바꿔야 하고 새누리당을 변화시킬 카드가 있어야 한다. 카드가 없는 게 아니다.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안철수측에서 지지층을 끌어당기는 힘이 상당히 크다. 상당한 결속력이 있다. 이것이 바로 정당의 미래를 보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라며 “(이 응집력) 그걸 가지고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안철수 신당의 입지가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한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 안철수 신당이 지지율 1위를 한 것은 기존 여론조사와 비교해 이례적인 결과다. 어떻게 조사를 했나.
- 안철수 신당 지지율이 1위라는 것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변수는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파를 파악하는 것이다. 무당파 규모가 과반을 넘는 상황이다. 조사를 해보면 안철수 신당쪽 지지율의 절대 다수가 무당파에서 온다.(현재 무당파의 38.5%가 안철수 신당을 지지하고 있고, 안철수 신당 지지자의 61.7%가 무당파 출신인 것으로 조사됐다.) 무당파가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지지율 조사 결과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설문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영향력이 있는 것 같다.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두 단계로 물었다. 그렇게 물으니 안철수 신당에 대한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많이 나왔다(한상진사회연구소는 ‘선생님께서는 우리나라 정당들 가운데 현재 어느 정당을 지지하고 계십니까?, 안철수 의원이 새 정당을 창당한다고 합니다. 그럴 경우, 선생님께서는 어느 정당을 지지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이 같은 2단계 질문은 새누리당, 민주당, 안철수 신당으로 구분해 1단계로 질문하는 경우보다 일반적으로 안철수 신당 지지율이 높게 나온다.).
이렇게 안철수 신당 지지율이 높게 나오게 되는 것은 당에 대한 소속감이 현저히 줄어드는 상태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이 크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양대 정당에 도전하는 안철수를 지지하는 경향이 적지 않게 조사되고 있다.
▶ 여권 지지자들이 새누리당에 대한 불만도 큰 것인가.
- 새누리당에 대한 불만이 많다는 것은 박근혜 후보에게 투표했던 사람의 17.5%, 30%가 각각 안철수 신당과 무당파로 이동하는 점에서 드러난다. 상당히 큰 규모다. 박근혜 후보에게 투표했던 사람들 중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충성도 높은 사람들은 50%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문재인 후보 투표자 12.3%만이 민주당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새누리당측이 민주당과 비교해서는 많은 것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민주당과 새누리당에 대해 만족하지 않는 층이 굉장히 큰 규모다.
▶ 박근혜 후보를 뽑은 투표자들이 왜 현재 새누리당에 대해 불만이 많은 것인가. 박근혜정부에 대한 불만, 무기력한 여당 모습 때문인가. 정당 정치에 대한 불신 때문인가.
- 그 이유에 대해서는 분석을 더 해봐야 한다. 분명한 사실은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조차도 새누리당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그렇다면 안철수 신당이 이런 여권층의 불만도 흡수해 선거에서 부산 등 영남까지도 흔들 것으로 보나.
- 앞으로 안철수 신당이 영남권을 흔들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 특히 부산과 경남지역이다. 부산, 경남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철수 신당에 대한 호감도가 있다. 경북은 다른 분위기다. 안철수 지지층의 결속력이 쉽게 가라 앉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 지지층이 넓어져야 하는데, 이 지지층이 넓어질 여부는 안철수와 안철수 진영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자신의 정체성을 잘 계발해서 보다 많은 지지를 받고 외연을 확대하는 전략을 할 경우 가능성이 많이 열려 있다.
안철수 신당이 호남을 향해 민주당과 자리 싸움하는 것으로 보여지는 것은 패착이자 실패다. 정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면 결국 새누리당을 바꿔야 하고 새누리당 변화시킬 카드가 있어야 한다. 카드가 없는 게 아니다.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항상 정치는 상대를 코너로 밀면서 들어온다. 방어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두고 봐야 한다.
▶ 그동안 안철수측이나 지지자들에게 모호한 세력, 기웃세력이라는 말이 많았는데.
- 그동안 ‘거품’, ‘모호하다’, ‘정치 변동을 이끄는 독립 변수가 아니라 종속 변수다’라는 말이 나왔는데, 그것은 지지자들의 속성, 응집력, 가치관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한 것이다. 그런 분석들은 ‘기성정당이 실망을 주니까 안철수 신당에게 이 반사이익이 간다’는 것이다. 물론 안철수 신당에게 반사 이익이 크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안철수 신당에 대한 지지는 반사이익만이 아니다. 박근혜 후보,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한 사람들, 무당파 중에서 각각 안철수 신당 지지층으로 온 사람들을 분석해 보면 단순한 실망과 환멸 때문만이 아니다. 안철수측에서 지지층을 끌어당기는 힘이 상당히 크다. 상당한 결속력이 있다. 이것이 바로 정당의 미래를 보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제 개인적 생각으로 보면 87년 6월 항쟁 때 드러난 새로운 민심, 노사모 현상에서 드러난 변동의 사회 심리, 안철수 현상에는 공통점이 있다. 안철수 지지자의 다수는 ‘중민’ 즉 풀뿌리 중류층이다. 87년 6월 항쟁, 노사모에서 안철수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 그렇다면 과거 노사모 세력이 지금의 안철수 세력의 핵심이라는 뜻인가?
- 87년 6월 항쟁, 노사모에 속했던 사람들은 지금은 나이가 든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이 다 안철수쪽으로 움직인다는 뜻이 아니고 과거 6월항쟁, 노사모와 같은 ‘풀뿌리 중류층’ 성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안철수 현상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 이번 조사 분석 자료에서 “과거의 권력지향적 연대모델을 벗어나 진영논리 이후의 정치발전을 추구하는 새로운 협력모델”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새로운 협력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 새로운 게 필요하다. 전략이기 때문에 너무 많은 것을 얘기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향후 어떻게 가야 하는지에 대한 미래 전략이다. 뭔가 있을 것 같지만 확실히 안 잡히는 그런 것이다.
▶ 그렇다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안철수측 등이) 야권연대를 해야 한다는 뜻인가?
- 민주당은 야권연대를 강하게 필요로 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야권연대를 ‘수사’ 즉 레토릭으로 말하고 있다. 실체가 없다. ‘김빼기 작전’ 같은 것도 있다. 과거부터 그런 행태가 있었다. 그와 같은 선상에 있는 야권연대는 분명히 패착이다.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안철수 신당은 ‘독자노선을 간다’고 하고 확실히 가야 한다. 그게 정석이다.
그러나 그것은 일반적인 원칙이다. 선거전에 막상 돌입했을 때 후보를 어떻게 낼지 문제가 있다. 안철수 신당이 지방선거에서 커다란 승리를 거두는 과욕을 부리기보다는 새정치를 한국정치의 새로운 기반으로 정립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는 새정치의 의미를 빨리 발전시키고 새정치의 화두를 가지고 협력을 도모하는 유연한 모델을 항상 하나의 카드로 갖고 있어야 한다. 이것은 내 생각이다. ‘독자노선을 간다, 정당으로서 심판 받겠다’는 것을 철저히 견지하되 후보 경쟁이라는 수준으로 갔을 때는 새정치라는 좀 더 넓은 미래 전망, 화두로 협력하는 공간을 확보해가야 한다.
그렇지 않고 기계적으로 모든 지역구에 다 내서 기계적으로 (선거를) 하겠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봐서 유연한 모습은 아니다. 좋은 성과를 내기도 어렵다. 원칙을 세우고 거기에 맞춰서 상황을 정리하는 약간의 유연성이 요구된다. 하지만 이런 선례가 없다. 지금의 야권연대는 선거 승리를 위한 모델이다. 그 모델은 좋은 모델이 아니다. 극단적으로 볼 때 새로운 협력 모델이라는 것은 민주당과의 협력, 무소속과의 협력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극단적으로볼 때 새누리당과의 협력이 될지도 모른다.
▶ (안철수 신당이) 새누리당과도 연대가 가능하다는 것인가?
- 새누리당과 연대를 하는 것이 아니다. 민주당과의 연대도 아니다. 새정치라는 패키지를 가지고 지역, 후보 수준에서의 연대, 협력을 얘기하는 것이다. 공식적으로 당과 당 사이의 연대가 아니다. 그렇게 되면 절차가 복잡하다. 민주당이 말로만 (야권연대를) 흘리지 말고 단호하게 당 내부에서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확실하게 길을 뚫으면 큰 돌파구가 생길 것이다. 민주당이 쉽게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는 모호한 상황이다. 미래를 단정적으로 얘기하기는 어렵다. 다만, 그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안으로부터 붕괴시키고,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기둥을 하나씩 뽑고 같이 결합시키는 과단성이 필요하다.
▶ 합리적 보수와 성찰적 진보를 모은 ‘국민정당’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인가.
- 그 말은 어려운 말이다. 쉽게 설명해야 한다. 좀 더 봐야 한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 지방선거 전에 이런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이나.
- 지각변동은 이미 시작됐다. 조금 어려운 점이 있지만, 안철수 신당이 새누리당과 민주당과의 차별성이 분명해지고 새누리당과 민주당 안에서 안철수 신당에 대한 공감을 확실히 표하는 것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 안철수 신당이 현재 잘한다고 평가하나.
-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간이 임박하면 더 잘할 것이다. 긴장감이 있기 때문이다.
▶ 안철수 신당이 한국 정치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게 하기 위한 변수를 뭐라고 보나?
- 안철수 현상에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요인들이 있다. 단순히 거품이나 바람이 아닌 그런 현상이 있다. (기존 여야 정치의 불신으로 인한) 밀어내는 힘이 강하고, (안철수 의원의) 끌어당기는 힘도 상당히 강하다. 안철수를 지지하는 집단은 여러 분파들과 비교해 볼 때 뚜렷한 변별력이 있다. 상당한 응집력이 있다. 그걸 가지고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안철수 신당의 입지가 달라질 것이다. 가능성은 있다. 87년 항쟁, 노사모, 안철수 현상을 이끌어 가는 사람들이 똑같은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관통하는 일정한 논리 흐름, 가치, 지향, 사유방식이 있다. 그것을 발견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 안철수 신당이 (2, 3당이 아니라) 1당도 가능하다고 보나.
- 1당이 된다고 밝히는 것은 성급한 일이다. 그럼에도 안철수 신당은 정당이 생기지는 않았지만 끌어당기는 힘이 세다. 새누리당, 민주당보다 세다. 이런 힘이 상당히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본다. 후보가 누구인지, 선거 캠페인에 따라 선거 결과가 달라지지만 안철수 신당의 잠재력이 있다. 여러 가지 가능성이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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